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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투여 없이 혈 자리 전기 자극만으로 고혈압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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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혈압 조절 가능성 열려

내관혈 주변 경피신경 전기자극(TMNS) 시 혈압강하 효과 측정.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약물투여 없이 특정 혈 자리 전기 자극만으로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한의학연)은 임상의학부 류연희 박사 연구팀과 대구한의대 김희영 교수 연구팀이 공동 임상연구로 특정 혈 자리에 전기 자극 시 혈압 강하 효과를 입증하고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고혈압은 가장 흔하게 앓는 만성 질환 중 하나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26.9%에 달한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최근 공개한 고혈압 팩트 시트를 보면 국내 고혈압 환자 수가 1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65%는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반한다.

고혈압의 주요 치료법은 약물치료로 평생 약을 먹으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경피신경 전기자극(TMNS) 시 정중신경 부위 신경섬유 활성 측정.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고혈압에 활용되는 침 치료에 주목했다. 특정 혈 자리 주변 정중신경 자극의 혈압 강하 효과와 작용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약물치료 경험이 없는 1단계 고혈압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내관혈(內關血) 주변 정중신경에 경피 신경 전기자극을 줬다. 내관혈은 경혈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에 있는 혈 자리다. 한의학에서 순환계통, 신경계통, 소화계통 등 치료에 사용한다.

연구팀은 전극 간 거리(2·4·6㎝)와 전극 신호(10·30·100·300㎐)를 달리해 30분간 전기자극을 주고 4차례 혈압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전극 간 거리 4㎝·전극 신호 10㎐ 조건(왼팔)에서 수축기 혈압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환자들은 "불편함을 가장 적게 느낀다"고 했다.

연구팀은 경혈 주변 전기 자극 시 나타나는 혈압 강하의 작용기전을 확인하기 위해 미세신경기록법(microneurography)을 활용해 정중신경 부위의 신경섬유 활동성도 측정했다.

그 결과 전기 자극이 C섬유를 활성화 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C섬유 활성 작용제인 캡사이신을 활용한 추가 실험을 통해 C섬유가 활성화 될 때 혈압 강하가 유발된다는 작용기전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한의학의 주요 치료방법인 경혈 침 치료의 고혈압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힌 것으로 상용화되면 현재 혈압, 맥박 등 생체신호 측정 위주인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기능이 치료 분야까지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책임자 류연희 박사는 "동물모델과 임상연구를 잇는 중개 연구모델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크다"며 "약물투여 없이 일상에서 고혈압 조절이 가능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 등 후속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학연 김종열 원장은 "경혈경락체계는 수천 년 간 임상에서 활용되어온 한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중심 이론"이라며 "경혈경락체계가 과학적 근거 구축을 통해 세계 속에서 생체조절 시스템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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